[글로벌 리포트] '트럼프냐, 反트럼프냐'…트럼프만 보이는 美 중간선거

입력 2018-11-04 18:44   수정 2019-02-02 00:00

美 중간선거 D-1

트럼프 "내가 출마하지 않지만
이번 선거는 나에 대한 국민투표"

공화당 내 트럼프 지지율 89%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선 6%
중간선거 결과 상관없이
공화당은 '트럼프당' 확인될 듯

反트럼프 진영에 '폭발물 소포'
정치적 양극화는 더 심해져…선거 후유증 커질 수도



[ 주용석 기자 ]
“중간선거 어디에나 트럼프가 있다.”(댄 발츠 워싱턴포스트 정치전문기자)

“이번 선거는 대공황 이후 어떤 선거보다 가장 전면적이고 분열적인 ‘행정부에 대한 국민투표’가 될 것이다.”(게리 제이컵슨 UC샌디에이고 정치학 석좌교수)

6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트럼프 대 반(反)트럼프’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중간선거는 원래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지만 올해 선거는 과거 어느 때보다 이 같은 경향이 짙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중간선거 한복판에 뛰어들어 모든 이슈를 자신에 대한 찬반투표 성격으로 몰아가고 있다.

◆대선 방불케 하는 선거 캠페인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이번 선거를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로 규정해왔다. 지난달 2일에도 미시시피주 공화당 지지 유세에서 “내가 출마하지는 않지만 (이번 선거는) 나에 대한 국민투표”라고 말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격전지에 얼굴을 비치는 것도 역대 대통령과는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들어서만 1일 컬럼비아주, 2일 웨스트버지니아주와 인디애나주, 3일 몬태나주와 플로리다주에서 공화당 지지 유세를 한 데 이어 4일엔 조지아주와 테네시주로 날아가 힘을 보탰다. 2016년 대선 레이스를 방불케 하는 강행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전국 투어’는 공화당 후보 지지 목적이 아니라 사실상 2020년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띤다. 지원 유세 타이틀부터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다. 상·하원 후보자 지지 유세인데도 유세 현장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제 호황과 일자리 증가, 미국에 불리한 무역협정 개정, 중국과의 무역전쟁, 북한 핵·미사일 위협 제거 등 치적을 자랑하느라 바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사회의 핫이슈인 반이민 정서를 공격적으로 건드리고 있는 점도 이번 선거가 트럼프 찬반 선거로 흐르게 된 배경의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캐러밴(이민자 행렬)을 두고 “중동 테러리스트들이 섞여 있을지 모른다”고 얘기할 때마다 보수층 유권자는 환호하는 반면 진보 성향 유권자는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인들이 헌법상 권리로 여겼던 ‘출생시민권’을 트럼프 대통령이 “미친 정책”이라고 공격할 때도 마찬가지다. CNN 시사프로그램 GPS 진행자인 파리드 자카리아는 “트럼프는 성격을 달리하는 상원과 하원 선거를 자신이 정의한 아젠다를 놓고 치르는 단일 국민투표로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당으로 변한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편 가르기’와 ‘반대파 공격’을 선거 승리의 공식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1일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적들을 향한 비판은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지지자들은 내가 ‘국민의 적’이란 레토릭(수사)을 드높일 때 더 열광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전략은 미 정치권의 정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지지 정당별 편 가르기가 그 어느 때보다 심해지고 있다. 미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22~28일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공화당 내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89%에 달한 반면 민주당 성향 유권자의 지지율은 6%에 그쳤다.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 내 지지율은 역대 최고 수준인 데 비해 민주당 내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김동석 재미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공화당은 중간선거를 이기든 지든 ‘트럼프당’이 되고, 민주당에선 과거엔 적지 않았던 ‘블루독(공화당 후보를 찍는 민주당원)’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과거 공화당은 자유무역과 동맹을 옹호하고 이민에도 비교적 관대했다. 하지만 지금의 공화당은 이와는 거리가 먼 ‘트럼프 노선’을 따르는 정당으로 바뀌었다. 2016년 대선 때 정적이었던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위기에 몰리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인 일화는 공화당이 트럼프당으로 변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꼽힌다.

지지층이 극명하게 갈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국 지지율은 50%에도 못 미친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 유권자의 호감도는 42.0%로 비호감도(54.3%)보다 낮다. 지난해 1월 취임 초(호감 42.3%, 비호감 50.6%)와 비교하면 비호감도만 더 높아졌다.

이번 중간선거 최대 승부처인 하원에서 민주당 승리가 유력시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인기는 트럼프 대통령에도 못 미친다.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에 대한 유권자의 호감도는 27~28%대에 불과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편 가르기 정치’를 계속하는 배경 중 하나다.

◆우려 커지는 선거 후유증

지금 구도가 이어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2020년 재선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지난달 CNN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6%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봤다. 재선에 실패할 것이란 응답이 47%로 상대적으로 더 높긴 했지만 3월 조사 때(재선에 성공할 것 40%, 실패할 것 54%)보다는 재선할 것이라는 대답이 더 많아졌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 가르기식 정치’가 정치 양극화는 물론 미국 사회 내부의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 CNN과 같이 트럼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등에 연쇄적으로 폭발물 소포를 보낸 사건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줬다. 공화당 성향의 비평가인 찰리 사이크스는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1000마일 밖의 캐러밴이 아니라 이미 이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하원, 민주당 과반 확률 86%"…막판 '샤이 트럼프'가 변수

선거분석기관 전망

민주 하원 의석 41석 늘릴 듯
상원 다수석은 공화당이 유지

미국 중간선거(11월6일)에서 민주당이 8년 만에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하원 선거는 중간선거의 최대 승부처다. 공화당은 상원 수성에 성공하며 의회 권력을 분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3일(현지시간) 선거 판세 분석기관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민주당이 하원에서 과반수(218석 이상)를 차지할 확률은 86%에 달한다. 공화당은 이 비율이 14%에 그쳤다. 전체 435석 중 민주당이 234석, 공화당은 201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의석수는 민주당 193석, 공화당 235석, 공석 7석이다. 민주당은 의석을 41석 늘리고 공화당은 34석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도 현재 하원 판세를 민주당 우세 203석, 공화당 우세 196석, 경합 36석으로 진단한 가운데 민주당이 지금보다 26석을 늘릴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내다봤다.

역대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은 대부분 패했다. 이번에도 이변이 일어나긴 힘든 분위기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샤이 트럼프’들의 결집이 막판 변수로 꼽힌다. 2016년 대통령선거 때도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이 압도적으로 우세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상원은 정원 100명 중 이번 중간선거에선 35명만 교체한다. 이 중 26곳이 민주당 의원 지역구다. 민주당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얘기다. 선거 구도상 공화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파이브서티에이트는 공화당 상원 의석이 51석에서 52석으로 늘어나는 반면 민주당은 49석에서 48석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의회가 ‘하원 민주당-상원 공화당’ 구도로 바뀌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 속도는 조금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정책은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대북정책에선 전망이 갈린다. 민주당도 외교적 해법을 지지하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과 지금까지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의견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미·북 협상 속도가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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